과거 노근리 학살사건을 범위를 넘어 그 희생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갑니다.
2009년 10월 13일 (화) 권혁두 기자 ya1727@edunet4u.net
권혁두 부국장 <영동·보은·옥천>
미국의 통신사 AP가 노근리 사건 취재에 나선 것은 98년 초였다. 취재팀은 워싱턴 인근 국가문서보관서에서 한국전 관련 문서를 뒤지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밤을 세우며 관련 문서를 찾아 복사하고 분석하던 팀은 마침내 결정적 문서를 찾아냈다. 피란민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방어선을 넘으려는 피란민들에게는 사격을 가해도 무방하다는 한국 주둔 미 1기갑사단과 25보병사단의 명령서를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취재팀이 첫 기사를 작성한 것은 98년 7월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보도된 것은 1년2개월이 지난 99년 9월이었다. 기사가 워낙 폭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명령체계를 통해 조직적으로 양민을 학살한 범죄행위로, 미 정부와 미군의 명예를 일거에 훼손하는 추악한 사실의 보도를 놓고 AP 간부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더욱이 당시에는 CNN이 베트남전 막바지에 군이 현지에 파견된 미군의 탈주를 막기 위해 신경성 가스를 살포했다는 이른바 "테일윈드(Tailwind) 작전"을 보도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 기사는 군의 분노를 샀고 CNN은 군부의 세찬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같은 국내 상황은 AP 간부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보도를 더욱 망설이게 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 기사는 데스크에서 썩어 공중분해될 공산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이 퍼지며 AP에 가맹해 기사를 공급받는 미국내 신문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취재기자 중 한명이 사표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회사측은 취재팀 해체까지 단행하며 보도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나 안팎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1년2개월만에 노근리 사건이 계획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 행위임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미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받아 1면 주요기사로 다뤘고, 취재기자들은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AP 특파원으로 취재팀에서 활약한 최상훈 기자는 한국 국적자로는 처음 퓰리처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AP의 보도로 드러난 증거들은 무시하고 지난 2001년 "노근리 사건은 상부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청주문화방송이 3부작 다큐멘터리 "노근리는 살아있다"를 보도해 노근리 사건이 기획된 범죄라는 AP의 보도를 재입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큐에 출연한 당시 미군 병사들은 (피란민에 발포하라는)지휘관의 명령이 있었다고 생생하게 증언했다. 특히 한 기록병은 당시 노근리 인근에 주둔했던 미 제1기병사단 사단장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공식 명령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한발 더 나가 ""300명의 민간인을 노근리에서 사살했고, 그 민간인들은 기찻길 터널에 숨어있다가 밖으로 나오던 사람들이었다"는 예하 대대의 보고서를 받아 타자로 쳐서 기록하기도 했다"며 노근리 사건의 실체와 과정을 분명하게 밝혔다.
노근리 사건이 AP에 보도된 과정을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아닌 가해국 언론이, 그것도 갖은 압력을 뿌리치고 보도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서다.
정구호 노근리유족회 이사는 2001년 미국과 공동으로 노근리 조사에 참가했던 국방부의 한 장교가 한 말을 지난 9일 기자에게 전했다. 정씨는 "그가 여러 사실을 밝혀내 보고했으나 나중에 발표된 보고서를 보니, 미국의 주장에 꿰맞추는 데 급급했더라며 유족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가해자인 미국의 언론이 탐사 보도해 진실을 밝히고, 그 나라 정부는 그 진실을 뒤짚고, 유족들만이 미국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동안 피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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