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답사기14, 난계국악기제작촌
눈으로 느낌으로 귀로, 국악의 면면을 살펴보고 박물관을 나선 길. 우측에 마련된 국악기 제작촌은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바람 한점 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한낮을 잊은채 통나무다듬기에 여념이 없는 현악기 제작 경력 17년차의 허희철씨는 가야금 소리에 반해서 그 소리를 자신의소리로 만들어 보고자 입문하여 현악기 제작공방의 대표 조준석 장인에게 사사 받아 현재 국악기 제작의길을 걷고 있다 한다.
난계국악기 제작촌의 명성은 전국에 알려져서 국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국악기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간혹 특별한 주문이들어와 개량 국악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는 현악기의 재료는 통도사의 스님께서 가져온 오동나무 고목을 가공하고 있는 중이다.
통도사 스님께서 특별히 주문한 악기는 개량 퓨전국악기라고 해야 설명이 될 것 같다. 12줄 가야금에 비하면 거의 4배에 가까운 규모의 이 미완의 현악기는 손으로 뜯는 가야금과 술대로 치는 거문고, 활로 긁는 아쟁 등의 현이 차례로 배열된 42현의 대형 국악기의 탄생을 꿈꾸고 있다, 더욱이 아쟁의 현은 그 몸체가 본래의 몸체가 아닌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형태를 갖추게 되어 과연 어떤 소리가 날지 자못 궁금하다.
현악기 공방을 뒤로하고 크고 작은 대북이 마당 가득 차지하고 있는 타악기 공방을 들렀다. 악기 공방을 호기심에 찾는 방문객에 익숙해서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석재 장인이 만들고 있는 것은 모듬북. 제작 중인 악기에 관해 묻는 질문에 거침없는 장인의 대답이다.
“모듬북은 여러대의 음높이가 다른 북을 두드리기에 다양한 리듬을 뿐만 아니라 음색도 장중하고 화려하여 현대에 이르러 인기를 얻고 있는 국악기지요”, “북은 가죽과 나무가 어울려 소리를 내는데 완성한 이후에야 소리를 들어 볼 수 있어서 북 제작을 위한 기술연마기간이 평균 7년 정도 걸립니다.”, “특히 북의 소리는 가죽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죽 가공법 연마에 있어서 전수받는 기술 40%와 본인의 소질과 노력이 60%로 스스로 가공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스승을 만나더라도 좋은 북을 만들 수 없는 어려운 공정입니다.”, “또 통나무를 깍아 소리통을 만드는 과정도 나무를 다루는 법부터 깍기와 건조까지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하는 기술전수의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가죽과 나무를 잘 다루어 명작을 만들었다 해도 그림이 없으면 완성 된 북이라 할 수 없지요.”, “나는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으니 붓질 잘하는 친구에게 맡길 수밖에요.”
오랜 숙련기간을 거쳐 마침내 터득한 북 만들기의 이석재 장인. 잔꾀를 부린다면 그동안 쌓아 온 공력으로 왜아니 못 그려낼까. 완성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미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