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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답사기25, 물한계곡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물한계곡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km에 이르는 매우 긴 계곡을 형성하며 흐르는 데 이 계곡을 일컬어 물한계곡이라 한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의 원시림에서 사시장철 끊이지 않고 옥수가 흘러넘치는 곳. 충북, 전북, 경북 등 삼도(三道)가 한데 모인 삼도봉과 수려한 준령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계곡과 영동의 최고봉 민주지산과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계곡이 합쳐져 또 다른 계곡을 형성하며 흐르고 있다. 이 계곡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km에 이르는 매우 긴 계곡을 형성하며 흐르는데 이 계곡을 일컬어 ‘물한계곡’이라 한다.
물한계곡은 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그 찾는 발길이 철마다 다르다. 사철 끊이지 않는 발길은 계절 따라 맛이 다른 고산준령의 산행을 위함이고, 무더운 여름에 찾는 발길은 유리알 같이 맑고 시원한 계곡의 맛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러나 산 깊고 계곡 깊어 산자수려(山紫水麗)한 물한리의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만이 아니고, 산행을 위해 스쳐지나가는 계곡만이 아니다. 편도 12.8km의 계곡을 끼고 도는 도로를 주목하라.
“우수수”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뒤흔드는 가을의 물한계곡. 햇볕이 쨍한 날이어도, 가을비 추적이는 날이어도 좋다. 그 어느 때라도 그곳은 가을빛이 일렁이니 날씨를 불문하고 길을 잡으라.
물한계곡 가는 길은 황간 나들목을 통과하여(우회전) 길을 잡으면 감 익는 풍경 속의 길을 따라(감나무 가로수 길)가고, 역시 감 익는 영동의 고을, 고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이 차창을 스치는데 그중 가장 큰 고을 임산리의 상촌삼거리에서 무주방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하도대삼거리가 나온다. 애써 찾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물한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물한계곡 초입이다.
삼거리에서 3.7km 구간은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곳에 점점이 박힌 감나무가 있고, 수확을 마친 포도밭의 추색 만연한 영동의 여늬 농촌 풍경을 지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상도대리에 이르러 넓은 시내를 이루는 물한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이 구간의 끝은 물한계곡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재난 경보장치가 이물스럽게 서있다. 주민과 관광객 수해 방지를 위한 시설인데 이곳부터 주차장까지 몇 개소에 설치되어 있다. 산과 계곡이 깊은 곳이니 필수장치이겠다.
줄창 이어지는 계곡을 끼고 도는 길은 때로는 암벽이 때로는 숲이 길과 계곡을 아우르며 장관을 이루기도 하고 가을의 멋스러운 풍치를 자아내기도 한다. 길가에 구절초, 억새가 화려히 피어 가을의 멋을 더하는 물한계곡은 감나무가 지천이어서 가을의 운치를 더하는 곳이다. 이곳의 감은 영동 제일의 상품임을 자랑하는 ‘상촌곶감’의 재료이고, 이 고장 사람들은 이 감을 ‘상촌먹감’이라 부르고 있다. 이 감은 감의 어느 일부분이 멍든 것처럼 까맣다 해서 붙인 이름이고 육질이 쫀득하며 당도가 높은데다가 씨까지 없으니 이 고장 사람들의 말대로 상품 중의 상품이겠다.
영동은 ‘감고을’이라는 군(郡)의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만큼 감의 주산지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감나무 밭을 조성한 곳은 드물고, 영동 어느 고장을 가든 감나무는 지천이며 자연을 이루는 수목이 되기도 하고 마을의 집집마다 관상수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영동의 감은 애써 가꾸었다기보다는 영동사람들에게 그저 친근한 수목에 다름 아닌 것처럼, 논밭과 시냇가, 마을과 그 뒷산, 심지어 묘지의 관상수로 특별히 돌보는 이 없이 저 혼자 자라고 있다.
그러기는 물한계곡도 마찬가지. 길도 계곡의 멋스러움을 닮아서 산모롱이 돌고, 까마득한 암벽을 지나고 추색 짙어가는 울창한 숲을 지난다. 이 길을 따라 가을을 느끼며 때로는 감탄에 겨워 차를 세우기를 몇 차례, 감빛 닮은 프라스틱 상자 곁에 쭈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손놀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로 시집간 중년을 넘긴 딸과 서울내기 며느리,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이 모처럼 내려와 노친네의 감 수확을 돕고 있는 장면이다. 그 옆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 내리는 할아버지는 감 따는 전문가. 감나무는 가지가 쉬 부러져서 감 따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낙상하기 십상이다. 감 따는 할아버지는 그네들의 아버지가 아니고 품삯을 받고 대신 감 수확을 해주는 동네 어른이시다. 이 바쁜 수확 철에 할일도 많은데, 용돈이 아쉬워서 남의 감을 따주시는 것은 아닐 터이고, 이웃의 대처에 나간 아들딸과 서울시악시의 고향방문 길을 반기어 짬을 내어주는인정이겠다.
산촌의 풋풋한 인심이 묻어나는 물한계곡의 정겨운 가을의 풍경이다.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니 사람 좋게 잘 익은 홍시하나 건네는 손길이 낮선 이를 맞이한다.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사진도 찍고 한담을 나누면서 가을을 느낀 후 나서려는 발길에 부득불 건네주는 감잎파리와 감이 달린 가지 두어 개는 이 가을 추억으로 남을 것이어서 인심으로 알고 고맙게 받아 들었다. 이곳은 그네들의 살아생전 고향이지만 나에게는 이 가을 잊지 못할 추억의 고향으로 기억 될 것이다.
그 추억의 고향은 물한리주차장과 상도대리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는 대해리이다.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가자고 차를 세운 김에 마을 구경을 나섰다. 계곡 가장자리에 오종종한 집들은 평화로운 산촌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 속으로 들어가니 물한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기암절벽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바닥이 온통 바위등성이인 곳을 계곡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 언저리 느티나무는 넉넉한 그늘을 계곡 물에 드리우는데 그곳 물가에 정자하나 근사히 서 있으니 동화정(同和亭)이다.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의미한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지만 마을사람들의 화합을 바라는 뜻에서 동화정일게다.
대해리의 동화정 풍광은 그윽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수를 노래 할 수 있는 근사한 정자를 지을 줄 아는 대해리 사람이었으니 낮선 나그네에게 이파리 달린 감 가지를 챙겨주는 인심이 어찌 마음속에서 우러나지 않았을까. 어렸을 때는 감을 수확하여 곶감 만드는 일이 지겨웠는데 지금은 그 때가 그립다는 딸 부잣집 아주머니(신선자 50)의 인심이 금새 그립다.
황룡사에서 물한계곡 입구 삼거리까지의 거리 12.8km. 심산유곡의 청량함이 있고,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과 같은 명산의 샘물들이 모여 계곡이 되어 흐르는 곳 물한계곡의 길이이기도 하다. 이 계곡은 상류부터 하류까지 유리알처럼 맑은 물이 흐르며 여름 피서지로 알려진 전국적 명소이다.
계곡의 묘미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른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숲이 우거지고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발바닥을 간질이는 자잘한 자갈바닥의 넓은 웅덩이가 있어야 제 맛이다. 이러한 계곡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물한계곡은 가족과 연인, 단체 모두가 여름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황룡사 인근의 계곡은 물한계곡의 명소중의 명소로 폭포와 크고 작은 바위,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곳에서 그 아래 마을과 마을, 숲과 숲을 지나면서 계곡은 넓게 흐르기도 하고 협곡을 지나기도 하는데, 넓게 흐르는 곳은 노천수영장이요, 협곡을 흐르는 곳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계곡의 비경을 즐기는 명소이다. 거기에 숲이 어우러지면 환상의 피서처. 물한계곡에서 이런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가족과 연인이 오붓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지천이며 물장구치며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 또한 지천. 그중 기암괴석이 즐비한 협곡을 지나 작은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 물을 큰 바가지에 받는 듯한 모양의 웅덩이처럼 생긴 곳 한곳이 있다. 이곳은 대해리의 홀목이라 하는 마을을 지나는 계곡의 한 부분으로 홀목의 명소이며 마을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비경이다.
물한계곡 입구에서 5.9km-7.1 지점 U자형으로 도로가 급커브를 이루는 지점에 위치하는 마을이 홀목인데, 이 마을을 흐르는 계곡도 길과 같이 마을에 이르러 U자형으로 굽이치며 흐른다. 물한계곡은 홀목마을의 340m의 봉우리에 부딪혀 불길을 돌리고 그 봉우리를 휘돌아 흐르기 때문이다. 마을 340봉우리의 서쪽 경사면은 급경사를 이루면서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형성하고 계곡에 그 자락을 드리우고 있어서 제법 아름답고 그윽한 풍치가 흠뻑 배어나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고목이 계곡 언저리에 몇 그루 자라고 있어서 시원한 그늘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그 외에 상류로 올라가며 황점과 핏들, 괴재, 중말, 가정마을, 물한리 등 자연부락을 찾아가면 계곡에 쉽게 이를 수 있으며 주민들이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피서객들을 고향집 같은 푸근한 인정으로 맞이하고 있다. 꼭 마을이 아니더라도 물한계곡 입구 삼거리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살펴보면 물가에 자리 잡기 좋은 곳이 많이 있으며, 민박집과 토속음식점들이 시원한 계곡에 쉴 자리를 잡아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물한계곡은 무더운 여름 계곡의 청량함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밀림같이 우거진 숲속에서 녹음을 만끽할 수 있다. 황룡사 입구에서 잣나무 숲까지 왕복 3.4km. 계곡의 물놀이도 좋지만 시원한 숲길을 걸으며 산책하는 것도 좋다.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으로 향하는 등산로인 이 길은 거의 평지와 같은 완만한 오름길이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오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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