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맞이하여 쑥불로 모기향 피워가며 모기 쫒으며 부지런히 농사짓다 보면 한해거리 쌀농사는 끝이 나며 이내 가을이 돌아오면 추수도 끝내고 느긋이 지금 이 풍경 속을 보내고 나면 모진 겨울 시름 없을 터.
민주지산휴양림 입구 상촌리는 10가구 남짓의 작은 산촌마을이다. 산등성이를 일궈 밭을 삼고 골짜기 언덕이 펑퍼짐하다 싶으면 다랑이 논이 되는 곳. 그 흔한 감나무조차 상촌에는 없으니 궁금하기만 하다. 마을 구경 길에 깨 타작에 바쁜 노부부(강봉희-70, 신기임-66)를 만났다. 마당 가득 깨 나뭇단을 늘어놓고 깨를 터는 중이시다. 바쁜 와중에 낮선 이가 말을 거는데도 반기며 서글서글 마을 이야기를 해주시는 말씀이 논이 손바닥만 해서 내다 팔건 없고, 이렇게 깨나 콩 같은 밭작물과 호두나무가 많으니 호두 털고 하여 생활비를 마련하신단다. 가을걷이를 깨만 하신 줄 알았더니 담장 가득 쌓아 놓은 것은 콩이라신다.
깨, 콩 수확하여 털고, 호두나무 털고, 이 가을 몽땅 털어 장에 내다 팔면 기백은 손에 쥐신다는 할아버지. 겨우내 막걸리로 그 돈을 작살내시지 않으시면 할머님께 사랑받으시겠다.
봄이면 진달래 꽃 따다 화전 부치고 막걸리 한 사발 얹어 마시고, 농사시름 달래며 여름을 맞이하여 쑥불로 모기향 피워가며 모기 쫓으며 부지런히 농사짓다 보면 한해거리 쌀농사는 끝이 나며 이내 가을이 돌아오면 추수도 끝내고 느긋이 지금 이 풍경 속을 보내고 나면 모진 겨울 시름은 없을 터.
상촌리를 뒤로 하고 아랫마을 조동리를 나선 길은 길가에 즐비한 민가와 그곳에 있는 시골가게 세집. “이런 산골에 가게가 세집씩이나?”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조동리라는 마을 이름을 ‘조동산촌마을’로 바꿔 놓은 조동리 명소가 궁금해 多가게 궁금증 풀이는 뒷전이다.
조동리의 명소는 ‘조동자연수련원’이다. 마을내에 있는 조동자연수련원은 15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회의실, 식당, 잔디광장, 어린이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는 명소이다. 이곳에 들어서니 수련원 본사 뒤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이 소나무는 나무둘레 3.9m에 나무의 높이는 15m, 수령 500년을 자랑하고 있다. 이 소나무는 마을의 신목(神木)으로 정월 초사흘에 마을사람들이 지금은 사라진 산제당에 제를 지내고 이 나무에 제를 지내며 마을에 들어오는 모든 재액을 물리쳐 줄 것을 기원했던 나무이다. 지금은 보호수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월의 변천에 따라 사라져간 우리 민속의 산 증인처럼 마을에 우뚝 서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책 읽는 소녀이다. 충무공 이순신, 세종대왕, 반공소년 이승복, 그들과 언제나 함께하는 주인공이었던 책 읽는 소녀. 그중에 하나쯤 단짝처럼 같이 하던 동상은 없고 책 읽는 소녀 하나만 오롯이 옛 교정의 정문만 지키면서 여전히 책을 읽고 있다. 백의의 천사처럼...
옛 교정 가장자리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프라타너스 나무는 초등학교 시절 비장의 무기를 제공해주기도 했으며 운동회 때 아버지와 함께 김밥 도시락에 맛난 것 가득 싸오신 어머님과 세 살 터울 누나와 두 살 터울 동생, 연년생인 형과 함께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점심을 먹는 동안 차일보다 시원한 그늘을 제공했었던 모교의 추억을 되 뇌이게 한다.
초등학교 적 추억이 묻어나는 이 정겨운 풍경이 있는 옛 교정 아래 맑은 시내가 넉넉히 흐르고 있다. 이곳은 조동산촌마을 또 하나의 명소인 물놀이 장소이다. 조동산촌마을의 명소는 그렇고, 내내 궁금했던 세집의 가게에 끌려 마르지 않은 목을 축이는 척 하면서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 하나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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