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는 영남선비 즐겨넘던 괘방령
이곳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역으로 조선시대부터 괘방령(掛榜嶺)이라 불리고 있다. 괘방령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때 이고개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면 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근의 추풍령이 국가업무를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관로(管路)였다면,
괘방령은 과거시험 보러 다니던 선비들이 즐겨 넘던 과거(科擧)길이며 한성과 호서에서 영남을 왕래하는 장사꾼들이 관원들의 간섭을 피해다니던 상로(商路)로서 추풍령 못지 않은 큰길이었다. 또한 이곳은 임진왜란 때 박이룡(朴以龍)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격렬한 전투를 벌여 승전을 거둔 격전지로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도로변에는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지은 황의사(黃衣祠)라는 사당이 있다.
비록 이곳이 해발 300m의 낮은 고개이지만 민족정기의 상징인 백두대간의 정기가 잠시 숨을 고르다 황학산(黃鶴山)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오르는 곳이다.
이상은 영동군이 괘방령의 유래와 그 길의 내력을 알리는 현장 안내판의 내용이다.
“추풍령 넘어 과거보자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할 것이요, 과거 급재를 알리는 방이 붙는 괘방령 넘어 과거 보자면, 고개에 방 붙듯 급제할 터” 속설 따라 선비들이 즐겨 넘었다는 괘방령은 영동군 매곡면에서 길을 잡아 넘자면 이곳이 진정 고개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평탄하다.
이 고갯길이 평지에 가까운 것은 고갯길 시작점인 매곡삼거리가 해발고도 200m이고, 고갯마루는 해발고도 300m인데, 매곡삼거리부터 고갯마루 까지 7.7km 구간을 두고 큰 지형의 변화 없이 서서히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천시 대항면 쪽의 길은 4.2km 구간에 180m의 고도차가 있고 고갯마루에서 대항면 방면으로 약 1.4km 구간은 100m의 고도를 낮추게 되는 지형이어서 그나마 고개답다.
고갯마루의 길은 906번지방도만 지나는 것이 아니라 백두대간 마루금도 함께 지나는데, 이 마루금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기 때문에 길을 사이에 두고 등산로도 마주보고 있다. 괘방령 사거리인 셈이다. 산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산악인의 길이요, 영동군 매곡면과 김천시 대항면을 이어주는 906번 지방도는 향리사람들의 정을 잇는 삶의 소통로인 셈이다.
산악인은 산악인대로 힘들어 쉬어가고, 자동차로 오가는 사람들은 바람 쐬며 쉬어가는 괘방령 주변은, 매곡면 어촌리 일대로 이 마을의 농토가 넓은 면적을 두고 발달해 있다. 때문에 고갯마루라기보다는 어느 한적한 시골에 들어선 느낌이다. 산마루에 위치하여 물대기가 힘들법한 이 마을은 괘방령 남서쪽 1.5km 지점 산자락에 1985년에 준공된 어촌저수지의 물을 이용하여 농사짓는다.
고갯마루 길섶의 장승조각 몇 점과 간이휴게탁자가 놓여 진 조그만 공원에는 탑신제당모양의 돌탑이 세워져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 중간 쯤 탑을 빙 둘러가며 매곡면의 마을이름들을 새긴 벽돌모양의 대리석을 끼워 넣었는데, 그 모습이 이채롭다.
차 한 잔 마시며 쉬어갈 곳 아쉬웠던 차, 공원 옆에 아담한 찻집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필시 간이식사와 차를 겸하는 아담한 집일 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괘방령의 주변 명소로는 고갯마루에서 매곡삼거리 방면으로 2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용촌이 있는데, 이 마을은 솔밭과 맑은 계곡으로 유명하여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 때문인지 토속음식점이 많은 이 마을 아래는 강진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데, 최근 이 저수지 주변에 조그만 동산을 짓고 쉼터를 마련해 놓아, 괘방령 오며가며 쉬어가기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