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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조선일보

작성자 이*형 작성일 2007.02.28 조회수2086

한심한 조선일보

신유미 / 유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자주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작은 마음과,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작은 마을들이 모여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는 반전 배지 만드는 것으로 민족 통일과 세계 평화의 씨앗을 뿌렸던 관촌중학교 학생들.

일상생활에서 작은 몸가짐 하나하나와 공부를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또한 통일에 이바지하는 길이라며,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되어 통일시범학교가 된 이래 학생들은 더욱더 힘을 얻어 순수한 마음으로 북녘 친구들에게 편지 쓰기, 통일 산악회를 통한 등산하기 같은 여러 운동들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꿈 많고 뜻 있는 학생들에게 지난해 12월 6일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자칭 민족지라고 자부하는 조선일보에서 우리 학생들을 모두 빨갱이로 모함을 했던 것입니다. 빨갱이 추모제에 참여하여 추모제를 지냈다는 기사를 비롯하여, 좌익 세력에 물든 선생님으로부터 사상 교육을 받았다는 둥, 그야말로 어이없고 한심한 기사를 낸 것입니다.

그 기사에서는 학생들을 마치 범죄자인 양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왜곡 기사와 함께 실었고 그 사진은 인터넷을 통하여 여기저기 옮겨 다녔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답니다. 그 사진을 본 나를 비롯한 학생들의 고통은 차마 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뒤 카페에는 이른바 우익이라고 밝히는 어른들이 들어와 온갖 비난하는 글과 욕설을 퍼부었고, 조선일보와 그 자매지인 인터넷 신문들은 기사, 기고, 사설 만평 등을 통해서 우리들의 순수했던 평화통일운동들을 모조리 빨갛게 색칠을 해 댔습니다.

나는 그렇게 큰 조선일보라는 세력 앞에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 억울함을 호소할까 생각하여 젊은이들이 많이 보는 네이버 붐에 사연을 올리게 되었고,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붐업운동에 동참하여 우리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우리들에게 힘을 주기 위함이었을까요? 후광 김대중 마을이란 카페에서 1월 1일에 있을 김대중 전 대통령 신년 하례식에 관촌중학교 학생들을 초대한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민주화와 민족 평화 통일을 위해 힘쓰셨으며,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으며 평소에 제가 정말 존경하는 그런 분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고, 우리는 그 제의를 망설임 없이 받아 드렸습니다.

드디어 1월 1일이 되었고, 우리는 들뜬 마음을 안고 상경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후광 김대중 마을 카페 회원님들께서 우리들을 알아보시고, 기쁘게 반겨주셨습니다. 어른들께서는 힘 내거라 새싹들아! 너희가 미래의 일꾼들이다하는 말씀과 함께 여기저기서 손뼉을 쳐 주셨습니다.

우선 김대중 도서관 관람을 한 뒤, 하례식은 세 시가 넘어서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한 일행은, 악수를 하는 것조차 포기한 채 자리에 앉았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 끝나고,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께 준비해 간 편지를 읽었습니다. 안타까운 우리 사정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습니다. 편지를 다 읽은 뒤, 저는 당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앞으로 나가 임실이란 작은 시골 마을에서 올라온 평화 통일 운동을 하는 학생이란 간단한 인사를 드리며 세 가지 선물을 드렸습니다.

첫 번째 선물은 우리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을 반대하며 만들었던 반전 배지이고 두 번째는 통일산악회에서 등산을 다니며 이 산 저 산에 걸었던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라는 문구가 새겨진 리본, 그리고 세 번째는 아침에는 내가 오늘 조국통일을 위해 무엇을 하나? 저녁에는 나는 오늘 조국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하고 하루 두 번 반성하는 일일이성운동 스티커 였습니다.

선물을 드리며,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하신 6․15남북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평화 통일운동을 하는 저희들을 조선일보는 왜 빨갱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해 냈습니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제 손을 꼭 잡아 주시며, 뿌듯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래, 힘 내거라 너희가 가는 길에 나도 같이 가주마 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통해 갈기갈기 찢겼던 마음에 새살이 돋는 것같이 간질 거렸습니다. 두 손이 불끈 쥐어졌고 이가 악물어졌습니다.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난 것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큰 회복의 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배웠습니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며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

이런 작은 상식은 유치원짜리 어린아이들도 아는 사실인데, 왜! 꼭!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관련 언론사들만 우리를 빨갱이로 보고 우리의 꿈들을 짓밟아 버리며 하지도 않은 활동을 적어 내고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조작하여 기사를 내는 것인지, 왜! 유독 조선일보만이 그러는 것인지, 혹시 어른들의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만만해 보이는 한 시골 학교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거짓 기사를 자꾸만 내고 있는 조선일보 앞에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순수한 열정들이 짓밟히고 있음이 억울할 따름입니다.

바로 어제까지 조선일보의 만행을 지켜보고 학생인 제가 이렇게까지 느낄 정도니, 삼척동자도 그들의 의도를 다 알아 차릴 것이 자명한 일 아닐까요? 연속으로 우리 학생들을 들먹이며 왜곡된 기사를 내고 정치하시는 분들은 그 기사만 믿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외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오죽했으면 방학 기간을 이용해 조선일보 사옥 앞에 가서 친구들이랑 시위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이제는 어른들한테 맡기고 너희들은 아무 걱정 말고 공부만 하거라. 하시며 다독여 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만류에 밀려 지금은 잠시 학업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연합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터진 그 기사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였을 터인데도 자신들의 소임을 충실히 해내 당당히 연합고사를 잘 치루고 각자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많은 후배들이 참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졸업을 앞둔 후배들과 아직도 관촌중학교에 다니는 후배들은, 아직 많은 세상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 또한 언론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떤 목적을 두고 한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할 수 있다는 거, 보이지 않은 거대한 힘이 진실보다 앞서가도 통하는 세상이 두렵습니다. 아직 사회라는 낯선 세상에 발 딛지도 않은 어른 학생들에게 세상의 어두운 면을 먼저 보여준 왜곡 보도로 너무나도 큰 충격에 휩싸여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후배들이 하루빨리 다시 힘을 내서, 북녘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도 다시 쓰고 통일산악회 활동도 재개하여 아직도 통일을 염원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자랑스러운 후배들이길 바랄뿐입니다.

저는 관촌중학교 후배들을 믿습니다. 우리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원 없이 꿈을 펼칠 수도 있는 학생입니다. 그래서 그따위 왜곡 기사에 굴하거나 꿈을 접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이끌어 가는 세대에서 다시는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세상 공부도 더 열심히 해 진실과 상식이 통하는 시대를 열어 가겠습니다.

좌익이라는 것도 우익이라는 것도 단어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학생들에게, 양키를 섬멸하자라는 구호를 절대 외쳐 본 적 없는 학생들에게, 왜곡된 기사로 빨갱이로 모함 받아 많은 욕설과 비난을 받는 학생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평화를 사랑했던 학생들에게, 버릇없는 조선일보는 하루빨리 상처받은 이 학생들에게 진실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며, 조선일보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도 있다면 진실된 보도를 하기를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맘대로 이용하여 짓밟을 수 있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2007.3 작은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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