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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을 다녀와서
민주지산정상에서 바라본 석기봉
우리 군청 산악회에서 이른 봄부터 민주지산 등산 희망자를 모집하였다. "민주지산"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유명한 산은 아닌 것 같 았지만 동행하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민주지산은 그냥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으나 민주화 운동과 관 련이 없는 "岷周之山"으로 되어 있었고 산세가 밋밋하여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다가 일제 침략기 때 지도를 제작할 때 "민두름산"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지산"으로 잘못기재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 있었고 또한, 한자표기대로 산의 정상에 오 르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 있었다.
한때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이 산의 지명이 "민주지산 산악회"의 이름으로 사용됨으로 전국적인 명성과 유명세를 더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지금은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1998년 공수특전단 천리행군에서 이상기온으로 6명이 순직한 내력이 있는 산이 었다.
민주지산에 대하여 더 알기 쉽게 된 부분이 있어 인용해 본다면 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은 한반도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분기 하여 남서로 뻗어내린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기개를 일으키면서 형성된 민주지산은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 주의 3도에 걸쳐 있는 삼도봉과 북으로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해발 1,100m ~ 1,200m의 고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20여 km의 깊은 골을 만들었는데 이 곳이 바로 물한계곡이다.
민주지산에 피어있는 철쭉
2005년 5월 28일 쉬는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맑게 개인 날, 등산하기에 안성마춤이다. 선선한 아침바람이 가슴을 설 레이게 한다. 화순에서 07:00에 출발한 버스를 07:30에 조선대 치대 앞에서 여러 동료직원들과 함께 승차하였다. 몇일 전부터 토요일 에는 날씨가 궂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스러웠으나 전형적인 초여름 날씨, 같은 취미의 동료직원들 그리고 출고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깨끗한 버스, 삼박자가 맞는 참 좋은 출발이었다. 모두 마음이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물어보니 부부동반한 직원들도 많다고 했다. 회장님과 총무님은 모처럼 버스가 만원이 돼서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싱글벙글이다. 이렇게 만원 이 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했다. 또한, 총무님은 일행 모두를 대상으로 여행자 보험을 들었다고 자랑 겸 안심을 시켰다. 등산을 하면서 여행자 보험을 들어보기는 처음이다. 별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혹시라도……. 하면서 안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버스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였다. 우리군청에서 새로 구입한 1억 3000만원 짜리 버스는 잘 가는 것 같다. 버스는 씩씩하게 호남고속 도로를 거쳐 대전부근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출발한지 3시간 30분만인 10:30분에 민주지산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나는 출발 할 때 무주를 거쳐서 올 줄 알았는데 이쪽이 더 안전하고 빠르단다. 높은 산이 있는 곳은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높게만 느껴지는 산 들이 연속하여 있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신록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신록에 대하여 이야기 한 후배가 생각났다. "성님! 이제까지는 단풍이 좋은지 알았 는데 푸른 산을 보니 신록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서라우" 그래서 내가 "이제사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구만" 하였다. 그 친구는 분명히 가을에 내장산 단풍터널을 지날 때면 "성님! 이제까지는 신록이 아름답다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단풍이 더 아름답구만요." 라 고 말할 것이다. 사시사철 자연이 아름답지 않을 때가 있으리오 만은 사람의 기분은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까닭일 것이 다. 정말 눈이 시리도록 파란 신록의 계절, 푸르른 오월이 왜? "계절의 여왕"인지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민주지산은 흙산이고 등산로마다 그늘이 진다
일행은 버스 안에서 총무님이 나누어준 지도를 한 장씩 들고 등산에 나섰다. 발이 빠른 등산 선수급 직원들은 앞장을 서고, 마음보 다는 몸이 더 무거운 축에 속하는 나는 뒤로 쳐졌다. 그래도 하산 종료시간인 오후 5시 30분까지는 등산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도를 보면서 한참을 들어갔는데도 "황룡사"가 보이지 않았다. 산세 좋은 곳에 있는 사찰은 부자 사찰일 것 같아서 한번 보려고 했는데 안내문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나중에 내려오면 보기로 하고 부지런히 뒤를 따라갔다. 발이 빠 른 일행들이 다 지나가고 나는 뒤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카메라를 들었으나 뒷모습 밖에 찍지 못하였다.
민주지산은 부드러운 흙산이다. 부슬부슬한 흙이 신발에 부스러짐을 느낄 수 있는 발 감촉이 좋았다. 내내 길을 막는 바위나 더덜 경은 없었다. 민드름산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얼굴이 탈까 싶어서 햇빛 차단제까지 바르고 나왔는데 쪽세골을 지나는 동안 내내 나무에 의한 그늘이 져서 시원하고 얼굴이 탈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쪽세골 삼거리 조금 못미쳐서는 갑자기 경사진 길이 나타났다. 산등성이가 빤히 보여서 안심은 되었지만 그 래도 처음 나타나는 재라고 생각되어 긴장했으나 약 100미터를 지나자 "쪽세골 삼거리"에 도착했다. 쪽세골 삼거리는 민주지산 정상 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여서 정상을 다녀온 많은 일행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정말 가기는 싫었지만 안내판에 씌어져 있는 "민 주지산 정상 2.4km"를 누군가가 서툰 글씨로 "140m"로 고쳐놓아서,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는 정상을 밟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다는 심정으로 정상까지 갔는데 정말 140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동료 몇몇이서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본 다음, 민 주지산 정상이니까 한번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내려와 석시봉 가는 길 중간에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46명인 일행이 한곳에서 모여서 식사를 하지 못하고 군데 군데 나누어서 식사를 하였다. 등산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마도 점심을 먹는 것일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싸가지고 온 반찬 은 각양각색으로 열사람 것을 모아놓으면 10가지, 스무 사람 것을 모아놓으면 20가지 반찬이 되는 진수성찬이다. 나는 언제나 처럼 잡곡밥에 묵은 김치인데 다른 사람은 모두 정성껏 차려온 푸짐한 성찬이다. 그 중에서도 상치와 된장은 압권이었 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부피도 큰 상치와 푸성귀를 산꼭대기 까지 가져온 정성은 높이 살만했다. 산꼭대기에서 먹는 상치 쌈도 좋았 지만, 냉동시켜서 가지고 온 소주 + 맥주 한잔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좋았다. 모든 음식이 살로 갈 것만 같았다. 조금은 남 겨야지 하면서도 모두 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음식냄새에, 특히, 된장냄새에 굶주린 파리들이 달려들었다. 산꼭대기에 이런 파리가 있을까? 할 정도로 왕 매미만큼이나 큰 파리들이 떼로 달려들었다. 다음에는 모기장이라도 치고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되었다. 일행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바람에 뒤치닥거리는 밥먹기를 제일 늦게 시작한 나와 고재옥이 차지다. 산에까지 무슨 신문지를 많이 가져왔는지 쓰레기도 한 짐 이었다.
석기봉에서 바라본 민주지산 정상
오늘 우리의 산행코스는 쪽세골에서 민주정상까지만 조금 가파른 길이 있고 그 외의 코스는 산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조금 쉬웠 다. 민주지산 정상에서 석시봉 가는길도 평지나 다름없었다. 석시봉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온통 산들로 쌓여있었다. 평야가 전혀 보이지 않는 산중으로 충청도가 내륙인 것이 실감났다. 석시봉에는 나무로 된 표지목이 있었다. 석시봉을 내려온 우리는 삼도봉을 향하였다. 민주지산은 봉우리를 정복하는 재미로 등산을 하는가 보다. 비슷비슷한 봉우리가 각 호봉, 정상, 석시봉, 삼도봉 네 군데나 있어 정상을 정복하는 기분으로 등산하는 것이 민주지산 등산의 묘미인 것 같았다.
삼도봉(三道峰)은 글자 그대로 "전라북도 무주군, 충청북도 영동군, 경상북도 김천시" 3도가 접해있어서 삼도봉이라고 한단다. 그 곳에는 돌로 된 조각물이 있는데 자기들 몸을 합한 것 보다도 더 큰 여의주를 용들이 머리로 받히고 있는 형상이다. 용은 각기 자기가 출신한 군을 향하면서 가슴에는 각기 출신(?)도의 명찰을 달고 있었다.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우리 일행은 한 팀씩 사진을 찍고 나중 에는 모두 사진을 찍었다. 앞서서 내려가신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으면 좋은 작품이 될 텐데 아쉽다.
삼도봉에 있는 화합탑
삼도봉에서 우리가 출발한 주차장까지는 내리막길이다. 계속해서 내려가니 물한계곡에 접어들었다. 등산로와 물한계곡은 단단한 휀스로 단절되어 있었다. 물한계곡을 보호한다고 휀스를 쳐버린 당국도 잘못이지만 관광객들도 얼마나 많은 삼겹살을 구어먹고 고성 방가를 하여서 그 유명한 물한계곡에 울타리가 쳐지게 되었는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오늘 등산을 마음속으로 평가해보니 험하지도 않고 적당한 시간으 로 많은 인원이 함께하기에는 정말 무난한 평범한 등산이었다고 판단되었다. 그리고 산세는 "민드름산" 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산이 었다. 조금 미흡한점이 있었다면 군데군데 설명문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목욕과 저녁식사만 남았다. 이제 목욕탕으로 이동해야 한다. 산중 골짜기에서 시내까지 나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다. 버스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였다. 주변은 모두 산으로 둘러쌓여서 지리산 일주도로를 생각나게 하였다. 특히, 도마령이라는 산길은 지리산 일주도로를 생각나게하는 구절양장이었다.
삼도봉 화합의 탑 앞에서 포즈를 취했음
중부지방의 산은 남도의 산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도의 산은 산능선이 완만하여 여성의 호리호리한 허리선과 원형에 가까운 둔부의 곡선을 생각나게 하는 부드러운 산능선이어서 보기에 부담이 없으나 중부지방의 산은 첩첩산중이란 말이 어울리게 병 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산능선도 예각에 가까워 육척담장이 생각난다. 정말 답답한 느낌이 든다.
버스는 계속 달려 중부지방에서도 산이 많기로 유명하고, 무진장으로 불리는 무주, 진안, 장수를 지나 유명한 장수온천에 도착하였 다. 목욕탕 안에는 이미 다른 팀 들이 있어 붐비고 있었다. 태어나서 목욕탕이 이처럼 붐비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나는 군대에 가지 않 아서 잘 모르지만 누군가가 말했다. "군대에서 목욕하는 기분이 난다"고, 몸에 물칠만 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었다. 등산을 하고나면 반드시 목욕을 하고 집에들어가야 한단다.
등산 후에 집에 가서 방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아빠나 남편에게서 상큼한 스킨로션 냄새 가 나야지 땀 냄새와 술 냄새가 뒤범벅되어서 들어 가면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은 생각지도 못하고 앞으로 등산도 어려워 지고 " 간 큰 남편"을 넘어서 "간이 밖으로 나온 남편"으로 낙인이 찍힌단다. 오늘배운 내용으로 앞으로 등산할 때 참고해야 할 일이다.
목욕을 끝내고 먹은 저녁밥은 참으로 맛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의 최고봉인 전라도 화순의 우리동네 한정식 식당보다는 못했지 만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그러나 그 좋아하는 반주는 자제했다. 금방 목욕을 하여서 스킨로션 냄새를 조금은 간직하고 있는데 술 냄 새로 반감시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저녁밥은 정말 맛이 있었다. 식당안은 술 먹는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정말 간이 큰 남편들이다.
오늘 하루는 정말 뜻있고 멋있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함께 하면서 동료들과 그 동안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인간미를 느끼 는 등산이었다. 상당기간 가슴에 남아서 자꾸 회자 될 것이다. 이 기분을 끝까지 지키고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서 아파트 문을 여는 순 간 술 냄새가 아닌 스킨로션 냄새를 풍길 수 있도록 2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2005. 5. 28. 전남 화순군청, 양 승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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