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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자
건들바람 부는 시월중순, 조치원역 밤 11시
열차를 타려고 개찰구를 나와 계단을 내려가며
저 만큼 앞서가고 있는 까만 옷을 입은 여자
정장의 보통 키 뒷모습 몸맵시가 처녀처럼 날씬하다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앞모습을 보노라니
까만 구두를 신고 단정하게 묶은 머리도 까만빛이다
온통 먹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내성적이고 고독한
문학소녀일거라고 생각하며 문득 나는 캄캄한 동해
밤바다의 외로운 독도를 떠올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철썩 부딪치는 파도소리 같은 목소리다
누구시더라? 아직 건망증으로 기억 못할 나이는 아니고
알아보지 못해 자신이 부끄러워 머뭇거리는데
상냥한 여자는 자기소개를 하듯이
서점에서 가끔 뵌 적이!눈빛도 까만 유리구슬 같다
그렇구나, 내게는 초면이지만 여자에게는 구면이었든가
이런 요조숙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처럼
나의 마음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고 있는 이 여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옷차림을 보더라도
분명히 꽃뱀은 아닐 거라는 확신으로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00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면서 고향은 경상도
나이39세, 나 자신도 알려줄 필요가 있어 명암을 주었지
열차에서 내려 함께 택시를 타고 가다가 먼저 내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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