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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운도 좋아! 또 당첨 됐어

작성자 정*영 작성일 2015.11.27 조회수2133

우리 엄마는 운도 좋아! 또 당첨 됐어



나의 사랑하는 엄마는 올해 88세, 충북 영동군 상촌면 대해리에 홀로 계신다. 자식이 없어 홀로 살고 계시냐구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시골어르신들이 그렇듯이 자식들이 여럿이 있어도 아무도 모시고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시골 할머니의 일상은 눈만 뜨면 밭에 나가 일하시다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대충 밥 한끼를 해결하시고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시다가 눈을 붙이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어제와 똑같은 일상으로 이어진다. 돈이라고는 쓸 줄도 모르는 분이 간혹 외출이라도 하시는 날이면 상촌면 보건소에 혈압약을 타러 가시거나 영동읍내에 진통제를 사러 가시는 날이다. 외출하시는 날 배가 고프면 국수나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사드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에까지 와서야 겨우 물에 말은 찬밥을 한 그릇 드신다. 그럼 그 밥 한 그릇이 얼마나 꿀맛 같을까? 아니다 단지 배를 채우신거다. 왜냐하면 틀니를 읍내에서 했는데 잘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음식을 먹을 때마다 뭔가가 입천장에 달라붙는 것 같아 항상 개운하지 않으셔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시란다. 다행히 아직 소화는 잘 시키시는 편이라서 그마져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어머님이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 : 뒷집 병욱이 엄마는 거동이 불편하다고 군에서 사람들이 일주일에 세 번이나 와서 목욕도 해주고 방청소며 반찬까지 해주고 간다

아들(나) : 엄마도 그런 서비스 받고 싶으세요?

엄마 : 뭐할라고 그런 짓을 해 사지 멀쩡한데 물 받아서 내가 하면 되지

아들 : 아이고 기름 아까워서 보일러도 안 틀면서 목욕은 무슨...

엄마 : 도대체 정부에서는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서 공짜로 목욕까지 시켜주는가?

아들 : 엄마도 그런 거 한번 신청해볼까?

엄마 : 내가 지나가다가 물어봤더니, 나는 대상자가 아니라서 안 되고 꼭 하고 싶으면 한번에 만원씩만 내면 해드릴 수 있다고 하더라

아들 : 그럼 해달라고 하지, 왜 안했어요?



목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시골에 당신 혼자서 하시기 힘든 일이 있으면 몇 년 전부터 자식들을 부르신다. 조금밖에 없다고 하시고는 뒷골 콩밭에 약치고 밭뚝 깎고, 먼더랑 밭에 닭똥거름 뿌리고... 끝도 없다. 오랜만에 하다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이렇게 밭일을 같이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나이 90을 바라보는 노모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시고 또 밥을 챙기신다. 며느리들이 같이 안 오고 아들만 둘이 왔기 때문이다. 집사람을 데리고 가는 날은 그나마 어깨 펴고 당당하게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혼자 가거나 형님과 둘이서 가는 때는 죄인마냥 둘 다 마음이 편치 않다. 세상의 며느리들이여 이 마음을 좀 알아주시구려.



목욕 이야기하다가 삼천포로 샜군요. 다시 돌아가서, 일을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두 아들이 씻거나 거실에 누워 쉬는 동안, 구순의 노모는 구부정한 허리로 간신히 마지막 남은 초인적인 힘으로 오십줄의 두 아들 밥을 챙기신다. 두 아들놈이 뜨거운 물로 다 씻고 시골집을 나서 출발하려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모께서는 보일러 전원을 눌러 뜨거운 목욕물을 받아 목욕을 하실 분이 절대 아니다. 왜? 기름 값이 아까워서..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보일러의 목욕 버튼을 누른 후 욕실로 들어가서 목욕물을 받기 시작한다. 빨간 큰 다라이와 양동이 그리고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가득 받아놓고 흐뭇하게 집을 나선다. 그 모습을 보고 노모는 잔소리를 끝도 없이 하신다. 너거들 목욕하고 남은 물로 해도 충분한데 말라꼬 물을 이통 저통 받아놨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어둡기 전에 얼른 조심해서 가라.

그렇게라도 해놓고 떠나면 그래도 맘이 쪼금은 났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후 예전에 엄마가 몸이 안 좋으실 때 잠시 집에 들러서 청소며 밥을 챙겨주시던 분이 기억나서 수소문을 해봤습니다. 그 때 왜 계속 안 해주셨냐고 물었더니, 댁에 어머니가 당신의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불편해하시고, 도우미 분이 오시는 날은 옷을 깨끗이 입고 단정하게 하고 계시고, 게다가 방청소까지 해놓고 계신다는 겁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혼자서 모든 것을 하시고 누구한테 신세지는 걸 안 좋아하시고, 누구한테 말 듣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시던 분이 당신의 지저분한 냉장고 속을 누군가가 다 보도록 열어놓는다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겁니다.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손님 대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겁니다. 결국 그분은 두어 달도 못 해주시고 못 오시게 됐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형제들은 저희는 자주 들르지 못하지만, 그나마 도우미 분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주시면 말벗도 되어드리고 먹을 것도 챙겨주시니 어머니한테 큰 도움이 됐을 거란 부족한 저희 생각만 했답니다. 그래서 저희 형제들은 어머니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누나에게 매주 엄마한테 찾아가라고 조금의 수고비와 함께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누나도 일을 하는 터라 꼬박꼬박 찾아뵙지 못하더군요. 그러던 중 이웃집 아줌마가 목욕서비스를 받는다기에 엄마도 은근히 목욕서비스를 원하시는 것 같아, 예전에 도우미분을 보내주시던 곳을 수소문했더니 어렵게 연결이 되었다.



아들(나) : 상촌에 계시는 여무임 할머니 아들입니다. 혹시 저희 어머니께 출장목욕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상대방 : 아 그러세요. 상촌은 저희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날 올라갑니다. 그 때 스케줄이 맞으면 해드릴께요.

아들(나) : 그런데 한번 목욕해주시는데 얼맙니까?

상대방 : 저희 도우미분 말씀을 들어서 저도 기억나는데 여무임 할머니가 조금 까다로우신 분이라서 우선 한번 해보고 결정하시죠?

아들(나) : 아이고 고맙습니다. 저도 어머니께 말씀 잘 드려볼 테니까 어쨌든 잘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아들(나) : 우리 엄마는 참 운도 좋아! 정부에서 무료로 목욕을 시켜준다기에 내가 신청했는데 엄마가 당첨됐어.

엄마 : 뭐할라고 쓸데없는 짓을 하나?



드디어 2015년 5월 넷째 주 목요일 전날, 저와 상담을 해주셨던 박정량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오전에 올라가니까 어디 가지 마시라고 어머니께 말씀 잘 드려 놓으시라고

사실 저는 일주일 전부터 어머니께 시간 확인과 목욕과 관련된 다짐을 여러 번 받았다.

첫째, 갈아입을 옷 잘 준비하시고, 그분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밭에 가지 마시고 집에 계셔야 된다고

둘째, 목욕서비스 받고 그분들한테 아이고 고맙습니다. 참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꼭 인사 건네기, 그래야 그분들이 다음에도 기분 좋게 잘 해주실 거니까

셋째, 만약 목욕서비스 받고, 맘에 안 든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무료목욕서비스 기회가 넘어가니까, 왠만 하면 좋다고 말하시라고

넷째, 목욕서비스 받기 전에 미리 준비한다고 목욕하는 일 없기



5월 넷째 주 목요일 그날은 하루 종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러다 오후에 부재중전화가 와있기에 얼른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더니, 큰 차를 끌고 왔는데 우리 집 호두나무 가지 때문에 목욕차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서 아랫집 입구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했다, 욕조를 깨끗이 헹구고 준비 하더라, 머리부터 감기고 등을 밀어 주더라, 목욕 끝나고, 아이유 고생하시네요, 참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는 등등

저는 박원장님께 전화를 드려 감사하다는 말과 계속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 다음에도 어머니는 그분들이 오시면 상추를 뽑아주시는 등 감사해 하시며 써비스를 받고 계신다.

지난 주말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왔다.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 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몹시 아려온다. 특히 혼자 계시도록하고 떠나올 땐 콧등이 시큰하고 눈물이 난다.



이번 겨울도 날씨가 추울거란 생각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혹시 추운 겨울만이라도 저희 어머님을 모시고 계실 수는 없는 지 박원장님께 또 전화를 드렸더니, 원장님은 그런 요양기관은 아니라고 하시며, 요양시설을 알아봐주셨다. 그것도 그 병원 간호부장님이란 분께 직접 전화해서 가능하면 젊은 분들과 함께 생활하시도록 부탁까지 해놓으셨단다. 곧바로 집으로 전화를 했다.



우리 엄마는 운도 좋아! 또 당첨 됐어 이번에도 정부에서 무료로 해준다는데 추운 겨울만 계시다가 따뜻한 봄에는 집에 가시면 된데, 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영동군 영동읍 아름다운 노인복지센터 박정량원장님의 베품에 감사를 드리며, 한편으로는 만약 내가 박원장님이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반문해본다. 난 분명히 목욕비를 받았을 것이다. 기름값, 운전하는 분, 목욕 도와주시는 두 분 수고비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우리의 부모님들을 위해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한다.



큰 양로원과 고아원 그리고 작은 공장이나 농원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그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나의 어릴 적 꿈이었다. 그곳에서 어른들은 소일거리로 가벼운 일을 하시며 시간을 보내고 집 없는 아이들을 거두는...

박원장님을 알게 된 후로는 아름다운 노인복지센터도 나의 꿈에 추가되었다.

지금도 그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11월 26일 올해 첫눈 온 날

여무임 어머니 아들 정광영이 박정량원장님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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